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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영원히 ‘비지각적 존재’인가? — 법으로 과학의 미래를 고정하려는 위험한 시도

유로스타즈
202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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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영원히 ‘비지각적 존재’인가? — 법으로 과학의 미래를 고정하려는 위험한 시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발의된 한 법안이 과학기술계와 법조계 모두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화당 소속 태디어스 클라겟(Thaddeus Claggett) 의원이 제안한 이 입법안은 모든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법적으로 “비지각적(non-sentient) 존재”로 규정하고, 향후 기술 발전이나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등장하더라도 이 정의를 변경할 수 없도록 고정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 법안은 인공지능의 자율성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 법적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생성형 AI, 자율 시스템, 에이전트 기반 모델의 발전은 “결정은 누가 내렸는가”, “책임은 인간인가 시스템인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입법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법안이 ‘현 시점의 이해’를 ‘영구적 진리’로 고정하려 한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이 지금 당장은 지각(sentience)을 갖지 않았다는 점과, 미래에도 절대 가질 수 없다고 법으로 선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반증을 통해 수정되는 과정이며, 법이 그 수정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는 순간 과학과 법의 역할은 충돌하게 된다.


이런 접근 방식은 역사적으로 낯설지 않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하늘에는 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하늘에서 돌이 떨어질 수 없다”는 결론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보고되던 운석 낙하 사례들은 미신이나 착각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압도적인 증거가 축적되었고, 결국 과학 아카데미는 스스로의 선언을 철회해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그 돌들을 ‘운석(meteorite)’이라 부른다.


오하이오주의 법안은 이 역사적 사례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증거가 아직 없다는 이유로, 미래의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하는 태도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다른 기술 영역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며, ‘지능’, ‘의식’, ‘자율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과학계에서도 의식의 정의는 신경과학, 철학, 인지과학 사이에서 활발히 논쟁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안이 과학적 논쟁을 종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논쟁 자체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점이다. 만약 향후 신경과학적 모델, 계산이론, 또는 인공지능 아키텍처의 변화로 인해 “지각의 최소 조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더라도, 이 법은 그 논의를 법적 의미에서 무력화한다. 과학적 발견이 법적 정의에 종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법적 고정은 오히려 책임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게 될수록, “비지각적 도구”라는 단일한 정의는 실제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괴리를 키울 수 있다. 이는 향후 법적 분쟁에서 현실과 법 사이의 간극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논쟁이 “AI가 당장 의식을 갖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핵심은 인류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영역을, 정치적·법적 선언으로 봉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라는 질문이다. 과학의 역사는 확신보다는 수정 가능성 위에서 진보해 왔다. 법은 질서를 제공하지만, 지식의 진화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은 아직 미완의 기술이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의 확신이 내일의 오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류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 왔다. 그렇기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모른다”는 가능성을 남겨두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Ohio State Legislature – Proposed AI Classification Bill (2024)
  2.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onsciousness
  3. Royal Society – Machine Learning and the Future of Scientific Discovery
  4. French Academy of Sciences Historical Records on Meteorites
  5. Nature – The Problem of Defining Consciousness in Artificial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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